그는 그림을 그리던 세계에서 이전에 맛보지 못했던 즐거움을 소조를 하면서 느끼며, 늦게까지 계속 작업에 매달려 있었다고 한다.  자기는 아무래도 회화 보다는 조소가 자기의 적성에 맞았고 그쪽이 자기가 가야 할 길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그가 자기가 해야 할 일을 직접 체험으로 깨닿게 되는 과정이었다.  그의 얘기를 들어보자.

난 조소가 좋았다.  수업시간 외에도 계속 조소실에 남아 흙으로 작업을 하는 일이 나에게는 즐거운 놀이였다.

그것은 지금까지 그림을 그릴 때는 느끼지 못했던 전혀 새로우면서도 나의 내면과 통하는 감각의 세계였다.

그 후 얼마나 지났을까.., 결국 난 전공을 바꾸고 싶었다.  그러나 그건 될 수 없는 희망사항에 불과했다.

미술 안에도 전공은 수 없이 많다.  나는 미술을 전공과목으로 정하고 미대를 지원할 때까지 미술은 그림을 그리는 것으로만 알았다.  미대를 지망하고 화실에 나가게 되었을 때, 학원의 한쪽 끝에 있는 조그만 조소실에는 아무런 관심도 없었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그렇듯이 나도 데셍실에서 그림을 그렸다.  누구나 다 그랬고 너무도 당연했던 것, 그것은 고정관념이었고 좁은 시야의 한계였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 뭘까.  부모를 잘 만나는 것, 배우자를 잘 만나는 것 그리고 직업의 선택일 것이다.  ( 배우자를 잘 만나는 것.. 그것은 다음에 궁합에서 얘기하기로 하고.. )  그 중에서도 부모가 자녀의 직업 선택을 위해 가능한 많은 체험을 해보도록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그렇다.  부모부터 고정관념에서 벗어나는 일, 자녀를 위한 멘토로써 사고의 한계를 벗어나는 일이 우선 중요할 것이다.  자녀의 사주명식을 일찌기 알아 보고 적성에 맞는 분야를 찾아 본다면 그 이상 좋은 일도 없을 것이지만 말이다.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일, 취직이 잘 되는 일, 돈을 많이 버는 일도.. 다 좋겠지만 자기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 자기의 적성에 맞는 일, 자기가 해야 할 일을 하면서 가야 할 길을 가면서 직업에 불만을 품지 않고 평생을 살아갈 수 있다면 부자가 아니라 해도 행복한 인생을 살 수 있지 않겠는가.

결국 그는 대학을 졸업한 후에 미술을 접고 다른 일을 전전하게 된다.  자기의 인생을 위해 투자해야 할 대학 4년, 인생의 황금기를 낭비했고 쓸 데도 없는 졸업장 만이 장롱속에 쳐박히게 된다.  학과 교수님들의 기대도 저버리고 자기의 적성에 맞는 일을 직업으로 택하지도 못한 것은, 그 선택의 가장 중요한 시기에 고정관념에 사로 잡혀 남들과 똑같이 자리잡고 앉아 시키는 대로 따라하는 피동적인 인생이었기 때문이다.

한 때는 개인사업을 잘 해서 돈도 벌었지만 그것도 대운이 맞아 들어갔던 기간 뿐 이었고, 사업을 정리한 후 그는 뒤늦게서야 그동안 하고 싶었지만 할 수 없었던 일들을 하나씩 찾아 나서고 있다.

그는, 일찌기 명리를 알게 되서 자기의 타고난 사주를 분석하여 볼 수 있었다면, 자기의 적성에 맞는 일을 찾을 수 있었다면 참 좋았을 것이라며 아쉬워 한다.  그의 사주를 보면, 토(土)를 쓰면서 사는 것이 최선의 길임을 알 수 있다.  조소를 전공으로 할 수 있었다면 어차피 부자로 널럴하게 살아갈 팔자가 아닌 바에야 작업이 힘들고 어려울지라도 자기의 일에 만족과 보람을 느끼며 후회 없는 삶을 살 수 있었을 것이다.

水鏡 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