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항 요법은 유리컵 또는 유리컵처럼 생긴 기구로 공기를 빨아들이는 일종의 물리요법이다. 이것으로 피를 뽑아내기도 하고 인위적으로 멍들게 하여 진통 효과와 국소의 혈액순환 촉진을 유도하는 방법이다.

부항의 공효는 경락을 따뜻하게 하고 습기와 한기를 몰아내서 기와 혈을 운행하게 하여서 통증을 경감시키는 효력이 있다. 그런데 항간에 의료인이 아닌 사람이 신경통, 근육통을 막론하고 아픈 자리마다 한 번에 한 사발씩 아까운 피를 뽑아 빈혈을 일으키거나 탈진시키는 일이 있으며, 또 소독과 청결을 잘 관리하지 않아서 감염을 일으켜서 오랫동안 고생하는 일을 가끔 볼 수 있다.

이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아무리 효과가 뛰어난 치료법이라도 주의사항을 잘 알아서 사용해야 피해를 입지 않는다. 어디에 좋다더라 하면서 너나 할 것 없이 효과만 생각하고 마구잡이식으로 사용하기 보다는 주의사항을 먼저 잘 살펴보고 효과를 생각하는 것이 현명한 판단이라고 생각된다.

부항을 할 때는 그 부위를 철저히 소독하고 시행하여야 하며 만약 출혈을 시키는 부항을 할 때에는 일회용 컵 사용을 원칙적으로 해야 한다. 혈액을 통한 감염을 최소한으로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항간에 일회용 컵이 아닌 것으로 이사람 저 사람에게 사혈부항을 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설령 동일인 에게 사용할 때도 피 묻은 컵 하나로 신체 이곳저곳에 사용하는 것은 하지 말아야 할 일인데, 하물며 그것을 다른 사람과 공유한다는 것은 참으로 비상식적이고 비위생적인 행위이다.

이렇게 부항 요법을 맹신한 나머지 피를 뽑는 것을 능사로 여기는 수가 있고 혹은 다쳤을 때 피를 빼지 않으면 무슨 부작용이나 있지 않을까 걱정하는 분들이 있어 이 글을 쓴다. 흔히 부항을 해서 나오는 피를 죽은피라고 말들 하는데 죽은피가 아니다. 어떻게 살아있는 생명체에 죽은피가 있을 수 있겠는가?

흔히 타박상을 입거나 삐어서 붓고 아프니 죽은피를 좀 뽑아 달라 하지만 피가 몸 구석구석을 한 바퀴 도는 시간이 불과 25초라는 걸 생각하면 살아 있는 몸은 잠시도 쉬지 않고 피가 순환하고 있는 것이다. 만일 피가 멈추어 흐르지 않으면 그 조직은 조만간 썩어 버리고 만다.

그러므로 다쳐서 붓고 아프고 멍든 그 자리는 피 흐름이 좀 더디다 뿐이지 말 그대로 나쁜 피가 고여 있는 게 아니므로 시간이 지나면서 회복되게 된다. 또 멍이라는 것도 다쳤을 때 순간적으로 약간의 출혈이 있었던 것이 피부 조직에 베어 들어 시퍼렇다가 차츰 주위로 퍼지면서 연해져서 일주일쯤 지나면 저절로 완전히 흡수되어 버린다.

부항으로는 이렇게 베어든 멍을 제거할 수도 없거니와 제거할 필요도 없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한의서에 나와 있는 부항의 금기사항을 살펴보자.

얼굴과 비교적 탄력이 있는 복부는 부항을 하지 말아야 하며, 모발이 난 부위, 관절의 들어가고 튀어나온 부분, 수종이 있는 사람, 대혈관이 있는 곳, 임신부의 복부와 허리, 출혈이 잘 생기는 사람, 피부병이 있는 사람, 지혈이 잘 되지 않는 사람의 경우 부항을 금해야 한다. 그리고 너무 오랫동안 강하게 흡착하면 피부에 수포가 일어날 수도 있으니 주의해야한다.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은 것은 철저한 소독과 일회용 부항의 사용을 권하고 싶다.

피로 전해지는 병이 얼마나 많은지 우리는 이미 잘 알고 있다. 소중한 피를 뽑지 않고도 아픈 곳을 주무르든지 따뜻하게 찜질하든지 침을 놓는 것 자체가 신경 자극과 함께 혈액순환을 촉진하는 효과가 있으니 무조건 부항으로 사혈을 해야만 치료가 된다는 생각을 바꿔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건 보 당 한 의 원 원장     천 성 진L,A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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