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여름에 시들어 버리는 풀 하고초에 대해서 이야기 하겠습니다.

 어느 마을에 효성이 지극한 청년이 살았습니다. 어느 해 그 청년의 어머니가 목 근처에 멍울이 생기고 터져 부스럼이 되는 연주창에 걸렸습니다. 어머니는 목이 붓고 곪아 진물이 흘러 몹시 괴로워하였습니다. 연주창은 고치기 어려운 병이라 청년은 태산같이 걱정하면서 온갖 약을 다 써보았지만 좀처럼 낫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약을 팔러 다니는 약장수가 마을에 왔습니다. 청년은 얼른 약장수 에게 어머니의 치료를 부탁했습니다. 약장수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습니다.

“걱정 마시오. 이건 별로 대단한 병이 아닙니다. 산에 가면 약초가 많이 있으니 내가 책임지고 고쳐 드리겠습니다.” 약장수의 말이 너무 쉬워 믿기지 않았지만 그래도 믿어 보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선생님, 제발 어머니 병을 고쳐 주십시오. 어머니가 괴로워하시는 것을 차마 볼 수 가 없습니다.” “알겠소. 걱정 마시오!” 약장수는 산으로 올라가 자주색 꽃이 핀 들풀을 꺾어 왔습니다. 그리고 꽃을 잘라 오랫동안 달여 어머니께 드렸습니다. 그 약을 먹은 며칠 뒤 그 청년의 어머니는 밝은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얘야, 그 약장수가 지어 준 약을 먹었더니 목을 움직이기가 편해졌구나. 그리고 상처도 많이 아문 것 같다!” 청년이 보니 과연 멍울이 가라앉고 고름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또 며칠 지나지 아문 상처 자리에 딱지가 앉고 완전히 나았습니다. 청년의 어머니는 너무 기쁘고 고마워 이렇게 말했습니다.

“얘야, 그 분을 우리 집에 머물게 하여라. 그리고 약값도 두둑이 드리고….” 청년이 어머니의 뜻을 약장수에게 전하자 약장수도 사양하지 않았습니다. 약장수는 그 날부터 청년의 집에서 머물면서 낮에는 산에 가서 약초를 캐 와서 팔고, 밤에는 돌아와 잠을 잤습니다. 청년은 약장수와 함께 생활하면서 점점 의술에 흥미를 갖게 되었습니다. 약장수의 이야기를 주의 깊게 듣기도 하고 궁금한 것이 있으면 묻기도 하였습니다. 어느 날, 약장수가 청년에게 말했습니다. “내가 이집에 머문 지 벌써 일 년이 되었군요. 우리 집에서도 식구들이 기다리고 있으니 이제 가 봐야겠습니다. 신세 많이 졌소. 그 동안 묵은 값은 얼마나 드리면 되겠습니까?” 청년은 화를 버럭 냈습니다.

“우리가 숙박비 받으려고 선생님을 머물게 한 줄 아십니까? 선생님은 저의 어머니 병을 고쳐 주시지 않았습니까? 그 은혜만 하더라도 내 평생 다 갚지 못할 것인데 숙박비라니요? 혹시 저희들 대접이 소홀하여 떠나려는 게 아니신가요?” 약장수는 손을 내저었습니다.

“그건 절대로 아닙니다. 나를 그렇게 생각해 주어 오히려 송구스럽기까지 하군요. 그러나 약값도 섭섭지 않게 받았고 먹고 자는 것도 공짜로 했으니 어찌 그냥 갈 수 있습니까? 내가 당신에게 약을 한 가지 가르쳐 드리고 가죠!” 약장수는 청년을 데리고 산으로 올라갔습니다.

약장수는 잎이 둥글고 길며 자주색 꽃이 핀 들풀을 가리키며 말했습니다.

“이 풀이 바로 목 근처에 멍울이 생겨 쉽게 낫지 않는 연주나력을 치료하는 약초라오. 잘 보아 두시오.” 청년은 그 들풀을 자세히 보았습니다. “예, 똑똑히 보았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기억해야 할 것은 이 풀은 여름이 지나면 바로 없어진다는 것이라오.”

“그래요? 잘 기억해두겠습니다.”

약장수는 다음에 다시 한 번 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청년과 헤어졌습니다.

약장수와 헤어진 지 두 달이지나 가을이 되었습니다. 그 지방 사또의 어머니가 갑자기 목과 귀 부근에 딴딴한 멍울이 생겨 삭지 않는 나력에 걸렸습니다. 용하다는 의원은 다 찾아가 약을 써보았지만 별 효험이 없어 사또는 방을 써 붙였습니다. 마침 그 청년이 소문을 듣고 사또를 만나러 갔습니다. “제가 그 병을 치료해 드리겠습니다!”

“그대가 내 어머니 병을 고쳐 준다면 후한 상을 내리겠노라!”

“예, 걱정 마십시오!” 청년은 곧 산으로 올라갔습니다. 그런데 무슨 일인지 그렇게 많던 그 약초가 한 포기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청년은 근처에 있는 큰 산가지 가 보았지만 둥근 잎의 자주색 꽃이 피는 약초는 아무 데도 없었습니다. 화가 머리끝까지 난 사또는 포졸을 시켜 청년을 관가로 끌고 갔습니다. 그리고 사또를 속인 죄로 곤장 오십대를 치게 했습니다. 청년은 엉금엉금 기다시피 집으로 돌아와  그 약장수를 원망했습니다.

“그 놈의 약장수, 다시 한 번 만나기만 해 봐라, 그냥 두지 않을 테다!” 다음 해 여름이었습니다. 뜻밖에 그 약장수가 청년의 집에 왔습니다. 청년은 다짜고짜 약장수의 멱살을 거머쥐고 주먹으로 때리려 했습니다.

“용케도 찾아왔군! 그래 당신이 나를 속여 죽을 고생을 시켜 놓고 또 속이러 왔지요?” 약장수는 청년의 손을 뿌리치며 물었습니다.

“왜 이러시오? 사람을 만나면 인사부터 나눈 뒤 옳고 그름을 따져야 할 게 아니오?”     “가르쳐 준 그 약초가 어디 있소?”

“그야 산에 있지요.”

“산에 있다고? 그럼 있는지 없는지 같이 산에 가 봅시다.” 청년은 약장수를 끌고 산으로 갔습니다. 약장수는 손으로 여기저기를 가리키며 말했습니다.

“눈이 있으면 보시오! 저게 그 약초가 아니고 뭡니까?” 정말로 산에는 자주색 꽃이 핀 둥글고 긴 잎의 약초가 많이 있었습니다. 청년은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물었습니다.

“어째서 나 혼자 왔을 때는 없고 당신과 함께 오니 약초가 있지요? 혹시 요술을 부린 것이 아니오?”

약장수는 껄껄 웃으며 말했습니다.

“내가 그 때 뭐라고 했소? 이 약초는 여름이 지나면 시들어 죽어 버린다고 하지 않았던가요? 그러니 필요할 때 쓰려면 일찌감치 구해 두어야 한다고.” 청년은 그제야 약장수의 말이 생각나서 그 자리에 꿇어 앉아 자신의 경솔함과 주의 깊게 듣지 않은 것을 사과했습니다. “정말 제가 큰 실수를 하였습니다. 어머니 병을 고쳐 주시고 거기다 귀한 약초까지 가르쳐 주신 은인에게 너무 무례한 짓을 했습니다. 한 번만 용서해 주십시오!” 약장수는 청년을 일으켰습니다. “이 정도의 실수는 아무것도 아니오. 그러나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약을 잘 못쓰면 어떻게 되겠소? 그러니 무슨 일이든 신중히 해야 하며 남의 말은 자세히 들어야 하는 거라오.”

“예, 잘 기억하겠습니다.” 청년은 그 약초가 여름이 지나면 시들어 버린다는 것을 다시는 잊지 않기 위하여 이름을 여름(여름 하)에 시드는(마를 고)풀이란 뜻으로 하고초라 지었습니다. 꿀풀이라고도 하는 이 약초는 이십에서 삼십 센티미터 크기로 온몸에 흰 털이 나 있습니다. 칠팔월에 적자색이 꽃이 핍니다. 급성 간염을 치료하는 데 약효가 있으며 두통, 폐결핵 등에도 좋은 약초로 쓰입니다.

                         건 보 당 한 의 원 원장     천 성 진L,A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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