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낙원으로 가는 길
우리는 세 명이 한 팀이 되어 팀버라인 롯지(Timberline Lodge) 주차장에서 출발했다. 6.5마일, 대략 3시간 반의 트레킹 끝에 도착한 목적지는 스플릿 록(Split Rock) 인근. 이곳에 텐트 두 동을 치고 1박 2일간의 여정을 시작했다.
등산로는 PCT 트레일을 따라 이어지며, 발걸음마다 뚜렷한 계절의 냄새와 야생화 향기가 섞여 들었다. 여름의 파라다이스 파크는 단순한 산속이 아니다. 이는 자연이 준비한 거대한 정원이다.

파라다이스 파크 – 야생화의 제국
파라다이스 파크는 해발 6,000피트(약 1,800m) 지점에 자리하고 있다. 좌측으로는 깊고 웅장한 지그재그 캐년, 우측으로는 **미시시피 헤드(Mississippi Head)**가 파크를 병풍처럼 감싸고 있다. 북쪽 하늘 위로는 지그재그 빙하와 후드산 정상이 시야에 들어온다. 자연이 빚어낸 풍경이란 이럴 때 쓰는 말일 것이다.
이곳은 겨울이면 깊은 눈에 덮이고, 이듬해 5월부터 천천히 녹기 시작한다. 초여름이 되면 기다렸다는 듯 다양한 야생화들이 활짝 피어 오르며 방문객을 맞이한다. 베어 그라스, 인디언 페인트 브러쉬, 마리포사, 루핀, 자고발풀, 마디풀 등 이름도 생소한 꽃들이 산야를 수놓는다. 사진으로 담아도 감동이 다 담기지 않는다. 눈으로, 가슴으로 느껴야 하는 풍경이다.

스플릿 록 – 자연의 신화가 깃든 곳
이번 여정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소는 스플릿 록이다. 파라다이스 파크 루프 트레일을 따라 걷다 보면 어느 순간 거대한 바위가 모습을 드러낸다. 멀리서 보면 평범한 듯하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그 정체가 드러난다. 정확히 두 동강 난 바위, 그 옆에 홀로 선 백피 소나무 한 그루. 둘은 마치 오래된 친구처럼, 혹은 나무가 바위를 지켜주는 듯 서 있다.
바위를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상상력이 폭발한다. 이 바위는 도대체 왜, 언제 갈라졌을까? 까맣게 그을린 틈새는 벼락의 흔적일까? 혹은 하늘에서 떨어져 깨졌나? 아니면 누군가 이 바위를 깨고 안에서 태어났을까? 삼국유사의 탄생 설화가 문득 떠오르는 순간이었다.
스플릿 록 하단에는 두 개의 금속 명판이 박혀 있다. 이는 Mazamas라는 산악 클럽의 초창기 멤버였던 윌리엄 P. 하디스티와 찰스 H. 숄스를 기리는 기념물이다. 이 클럽은 1894년 7월 19일, 남성 155명과 여성 38명이 후드산 정상에 오른 뒤 결성되었고, 윌리엄 G. 스틸을 초대 회장으로 선출하며 미국에서 다섯 번째로 활동을 시작한 산악 단체가 되었다.
포틀랜드 여행자의 필수 코스
파라다이스 파크는 단순한 하이킹 코스를 넘는다. 이곳은 오레곤 자연이 선사하는 감동의 무대이자, 몸과 마음이 동시에 치유되는 공간이다. 포틀랜드를 여행하는 이들에게 감히 말한다. 파라다이스 파크를 놓치지 마시라. 단 하루, 이곳에서 보내는 시간은 오래도록 가슴에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