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모나폭포(Ramona Falls)
바쁜 경쟁 사회에서 잠시 한 걸음 물러나 있는 나.
할 일은 없고, 마음은 쪼그라들고, 하루는 유난히 길게만 느껴집니다.
예전엔 늘 시간이 부족하다고 느꼈습니다. 할 일은 넘치고 시간은 모자랐지요.
하지만 지금은 반대입니다. 해야 할 일은 없는데 시간만 넉넉한 이 기분,
단순히 나이 탓으로 돌리기엔, 남은 인생이 너무 깁니다.
그래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누가 오라 하는 곳은 없어도, 갈 곳은 많다.”
저는 이 마음으로 남은 인생을 살아가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자연은 늘 그 자리에서 조용히, 그러나 따뜻하게 나를 맞아주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유로 저는 주말마다 Ramona Falls(라모나 폭포)를 찾아갑니다.
그곳에서 소소한 행복과 쉼을 만납니다.
라모나 폭포는 미국 오레곤주 후드산 서쪽, 샌디 강 상류에 자리한 폭포입니다.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Pacific Crest Trail)을 따라 해발 1,090m 숲속에 위치해 있으며,
포틀랜드에서 차로 약 1시간 30분 거리입니다.
이곳은 마운트 후드 자연보호구역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소 중 하나로 손꼽힙니다.
등산 시작 1마일 지점에서 강을 건너는 부분이 가장 도전적이지만,
이후의 트레일은 대체로 완만하고 편안해서 누구나 부담 없이 다녀올 수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라모나 폭포 하이킹 코스는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고 있습니다.
폭포의 전체 높이는 약 37m(120피트).
물은 거친 기세로 떨어지기보단, 바위벽을 타고 부드럽게 흐르듯 내려옵니다.
저는 이 폭포를 ‘여성적인 폭포’라 생각합니다.
하얀 드레스를 입고 있는 듯한 형상이 정말 아름답고, 우아합니다.
상단에서 하나였던 물줄기는 중간쯤에서 여러 갈래로 나뉘며 부드럽게 퍼지고,
폭포 아래에는 육각형 현무암 기둥들이 삼각형 형태로 물줄기를 펼쳐줍니다.
대개 폭포는 우렁차고 직선으로 떨어지며 보는 이를 압도하지만,
라모나 폭포는 정원 분수처럼 부서지며 내려와 부드러운 정감을 줍니다.
그 앞에 앉아 점심을 먹으며 바라보는 폭포는 참 평온했습니다.
포틀랜드의 여름 아침은 흐리고 서늘합니다.
긴소매 옷이 자연스레 손에 잡히지만, 오전 9시쯤 햇빛이 떠오르면 금세 더워집니다.
지난 주엔 최고 기온이 화씨 98도(섭씨 약 37도)까지 오르기도 했지요.
이럴 땐 건강과 자기관리가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결심했습니다. 주말에는 산으로 가자.
그늘진 트레일을 걷고, 시원한 계곡과 폭포를 보며 자연과 함께 숨 쉬자.
Ramona Falls는 그런 제 마음을 채워주는 완벽한 쉼터, 힐링의 공간이 되어주었습니다.
글,사진 허관택 산사랑 산악회 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