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이터 레이크 – 다시 찾은 남부 오레곤의 상징
오레곤 남부 마자마산 정상에는 크레이터 레이크(Crater Lake)라 불리는 깊고 푸른 칼데라 호수가 있습니다. “칼데라 호”란 화산이 폭발한 뒤 분화구가 꺼지고, 그 위에 물이 고여 생긴 호수입니다. 한국의 한라산 백록담이나 백두산 천지도 이와 비슷한 예죠.
크레이터 레이크는 약 7,700년 전 마자마 산의 대규모 화산 폭발로 형성됐습니다. 당시 폭발 강도는 1980년 세인트 헬렌 산 폭발보다 42배나 강했다고 합니다. 분화 전 마자마 산의 높이는 3,300m였지만, 분화 이후 약 1km가 무너져 내렸고, 이후 수증기 분출과 빗물 유입으로 지금의 호수 모습이 완성되었습니다.
그리고 약 2,700년 후 다시 소규모 분화가 일어나 호수 안에 기생화산인 **위저드 아일랜드(Wizard Island)**가 생겼습니다. 현재도 위저드 섬 바닥에서는 미세한 화산가스가 분출되고 있지만 규모가 작아 위험하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아직 활동 중인 화산이라는 점에서 방심은 금물입니다.
1902년 5월 22일, 이곳은 마자마산 크레이터 레이크 국립공원으로 지정되며 미국의 보물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크레이터 레이크는 미국에서 가장 깊은 호수(수심 약 560m)이자 오레곤을 상징하는 자연 명소입니다.
2025년 8월 16일, 다시 그곳으로
저는 남부 오레곤에 들를 일이 있을 때마다 이곳을 찾곤 합니다. 이번에도 비슷한 이유로 크레이터 레이크 국립공원에 들렀습니다. 겸사겸사랄까요.
돌이켜보면 크레이터 레이크를 찾게 된 계기는 대부분 비슷했습니다. 캘리포니아로 자동차 여행을 다녀오며 잠깐 들르거나, 한국에서 친지들이 방문했을 때, 혹은 타주에서 손님이 오셨을 때 이곳을 함께 찾곤 했죠.
작년에는 재미 대한산악연맹 회원들과 샤스타 산을 등반한 후 이곳에 들렀는데, 눈이 너무 많이 내려 운전이 위험할 정도였습니다. 결국 눈밭 속에서 사진 몇 장 남기고 아쉽게 돌아와야 했죠.
크레이터 레이크는 날씨가 도와주지 않으면 제대로 보기 힘든 곳입니다. 그래서인지 누군가 간다고 하면 같이 묻어서 따라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회가 쉽게 나지 않으니까요.
오레곤 주민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가봤을 곳이라 생각되어, 특별한 경치 설명은 생략하겠습니다. 저희 일행 13명은 차량 세 대로 호수를 한 바퀴 둘러보고, 중간중간 뷰포인트에서 사진을 찍으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오전엔 비가 내리고 흐린 하늘이었지만, 점심 이후 다행히 하늘이 열리며 푸른 호수를 제대로 감상할 수 있었죠. 도로 공사로 두 군데가 막혀 우회하긴 했지만, 결국 한 바퀴 모두 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그중 가장 인상 깊었던 경치는 Sun Notch Trail (East Rim Drive)에서 내려다본 장면이었습니다. 푸르고 고요한 호수가 마음을 정화시키는 듯했어요.
저희는 2박 3일 일정으로 호수 근처 캐빈에 머물며 남부 오레곤의 다른 지역도 함께 둘러볼 계획입니다.
글,사진: 산사랑 산악회 허관택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