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발 4,900피트(약 1,500m)에 자리한 올랄리 호수(Olallie Lake)는 최대 수심 43피트(약 13m), 둘레 약 3.9마일(6.3km)의 아담한 고산 호수입니다. 오레곤주 캐스케이드 산맥 한가운데, 북쪽의 후드산(Mt. Hood)과 남쪽의 제퍼슨산(Mt. Jefferson) 사이에 위치하며,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Pacific Crest Trail)이 이곳을 지나갑니다. ‘올랄리’는 치누크어로 ‘베리’를 뜻하는 말인데, 이름 그대로 여름철 호수 주변엔 허클베리가 탐스럽게 익어갑니다.
저는 무더운 여름이면 늘 이곳을 찾아 더위를 식히곤 했습니다. 그러나 2020년 대형 산불 이후, 그리고 팬데믹 기간 동안은 방문이 어려웠죠. “찾지 않으면 잊힌다”는 말처럼, 이 아름다운 장소가 제 기억 속에서 사라질까 두려웠습니다. 그래서 어느 여름날, 아내와 함께 다시 올랄리 호수를 찾기로 마음먹었습니다.
224번 고속도로를 타고 에스타카다(Estacada)를 지나 46번 도로로 접어들면, 클라카마스 강을 따라 이어지는 경치가 인상적입니다. Forest Road 4690에서 좌회전하면서부터는 도로 상태가 다소 거칠어져 주의가 필요했고, 마지막 4220번 도로로 갈아타 올랄리 리조트에 도착했습니다. 총 소요 시간은 약 2시간 30분. 마지막 8마일은 비포장도로로, 사륜구동 차량이 필수입니다.
오랜만에 도착한 이곳은 십여 년 전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깊은 산속임에도 리조트 내에서 와이파이가 터져 놀랍고 반가웠습니다. 아마 등산객들을 배려한 산림 당국의 조치가 아닐까 싶었습니다. 다만 리조트를 벗어나면 휴대전화 신호는 거의 잡히지 않았습니다.
변함없는 풍경은 우리를 따뜻하게 맞아주었습니다. 오랜만에 찾아온 보람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죠. 호수에서의 시간을 만끽한 후, 인근의 올랄리 뷰트(Olallie Butte, 해발 7,215피트/2,199m)에 올랐습니다. 왕복 약 8마일의 등산 코스였습니다.
정상에 서니 사방이 탁 트인 장관이 펼쳐졌고, 무엇보다 제퍼슨산과 후드산이 눈앞에서 환한 모습으로 우릴 반겼습니다. 특히 제퍼슨산 주변에는 크고 작은 호수들이 흩어져 있었고, 색깔도 제각각이라 마치 ‘호수의 천국’에 온 듯한 느낌이었습니다. 그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호수는 올랄리 호수였습니다.
언제 보아도 위엄 있는 제퍼슨산과 후드산. 한여름의 땡볕 속에서도 여전히 하얀 눈을 이고 있는 그들의 모습은, 자연이 보여주는 위대함과 경이로움을 다시금 일깨워주는 순간이었습니다.
글.사진: 산사랑 산악회 허관택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