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출처:베드로성당/Shutterstock

피자, 패션, 축구, 영화, 스파케티하면 떠오르는 나라 이탈리아와 그 수도인 로마는 전세계 사람들이 한번쯤 가보고 싶어하는 장소입니다. AD 1세기의 바울도 그러했습니다. 그러나 이유는 우리와 달랐습니다. 복음을 전하기 위해서였고, 죽기 위해서였습니다. 현재 로마시내에는 바티칸 언덕에 자리한 세계에서 가장 작은 국가 바티칸시국((Vatican City State)이 있습니다.

원래 이곳은 네로황제에 의해 완공된 원형경기장이 있었습니다.네로는 로마대화재사건을 빌미로 기독교도들을 박해했는데 이때 베드로가 이곳에서 순교당했다고 전해집니다. 훗날 기독교를 공인한 콘스탄티누스 1세는 베드로의 무덤이 있는 곳에 그를 기념하는 대성전을 짓습니다.(옛 베드로성당).

약 30여년에 걸쳐 건축된 이 성당은 약 1천여년동안 유지되며 로마교회의 중심건물로 예배, 황제대관식 등의 장소로 사용됩니다. 베드로 가까이에 묻히기를 원했던 역대교황과 성인들의 무덤도 성당 지하에 함께 있습니다. 세월에 의해 노후화된 교회건물은 1505년 교황 율리오2세에 의하여 대대적인 신축공사를 하게 되었고 1626년 약 120년의 공사끝에 축성식을 하며 완전히 새로운 건물이 됩니다.
여러사람들이 공사 책임자로 수고 했는데 그 중 가장 큰 역할을 했던 사람은 조각가이자 화가인 미켈란젤로였습니다. 그의 탁월함은 시스티나성당의 천지창조와 최후의 심판 천장화를 통해서도 느낄 수 있습니다.베드로성당은 규모면에서나 상징성면에서 세계 최고로 평가받습니다.

사치스럽다 할 정도의 화려함, 이질감이 느껴질 정도의 웅장함과 거리감을 갖게 할 정도의 정교함을 이해할 수 있으려면 무엇보다 당시 기독교인들의 세계관을 이해해야 할 것 같습니다. 지독한 박해가 끝나고 기독교가 로마제국에서 공인되었을 뿐 아니라 국교가 되었을때 기독교인들은 비로서 하나님의 나라가 이 땅에 실현되었다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계시록을 통해 소망했던 ‘그 날’이 성취되었다고 생각했고 사도요한이 환상속에 보았던 하늘보좌앞의 모습과 예배의 장면을 구현하고 싶었을 것입니다. 하나님의 집이라고 할 때 가장 중요한 특징은 거룩함과 영광입니다. 그래서 솔로몬성전이나 성소피아성당이 지어질때와 마찬가지로 당대 최고의 건축자재와 비용이 사용되었고 최고의 건축가와 예술가들이 참여했습니다.

성당 내외부 여기저기 서있는 교황들의 동상이나 성인들의 조각상은 계시록에 나와있는 하늘보좌의 모습을 재현한 것이라 이해됩니다. 네 생물과 이십사장로와 천사들과 같은 영적 존재들의 하나님주변에 모여있는 하늘궁전의 모습 말입니다.

로마는 역사적인 현장과 스토리로 가득한 볼거리가 너무 너무 많습니다. 그 중 방문객들을 영화속 주인공이 된듯 착각하게 만드는 콜로세움은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합니다. 영화 글래디에이터의 장면들이 떠오릅니다. 동시에 AD 70년 예루살렘이 완전히 멸망한 후 로마에 끌려와 건설에 투입되었던 유대인 포로들의 피와 땀 그리고 맹수들의 공격에 살이 찢겨나가면서도 하늘을 우러러보며 용서를 외쳤던 순교자들의 숭고한 기도소리가 귓가에 들려옵니다.

사도 바울과 관련하여 꼭 방문할 곳은 바울 참수터(트레폰타네)와 바울대성당입니다. 트레 폰타네에는 세개의 건물이 있습니다. 입구 오른쪽에는 순교자들의 유해위에 세워진 ‘천국의 계단교회’라고도 불리우는 성모마리아 성당이 있습니다. 예배실에서 아래층으로 내려가면 감옥터가 있는데 바울도 이 감옥에서 그의 마지막 서신인 디모데후서를 기록했을 것입니다.
입구 정면으로 있는 건물은 참수터위에 세워진 기념교회입니다. 안으로 들어가면 왼쪽 벽에는 바울의 참수모습을 조각한 부조물이 걸려있습니다. 목을 내리치려는 로마군인의 표정과 짓눌린채 하늘을 바라보는 바울의 표정이 대조적입니다. 안쪽에는 그 당시 사용되던 단두대가 있고 그 옆으로는 참수된 바울의 머리가 새겨진 세 개의 제대가 있습니다.

트레 폰타네에서 약 4km 떨어진 곳에는 바울의 무덤과 유해가 있는 바울 대성당이 있습니다. 기둥이 있는 회랑을 지나 성당 정원으로 들어서면 바울의 동상이 있는데 주춧돌에는 라틴어로 이렇게 새겨져 있습니다. “진리의 선포자, 이방인들의 스승”.
성당 내부 제대 아래에는 바울의 무덤이 있고 그를 묶었을 쇠사슬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바울의 영혼은 끝내 묶을 수 없었음을 그의 고백과 교회사는 증명하고 있습니다.

그는 선한 싸움을 다 싸웠고 달려갈 길을 마쳤고 믿음을 지켰다고 말합니다. 그의 영성은 1-3세기 극렬한 박해속에서도 끝까지 믿음을 지켰던 그리스도인들에게 계승되었음을 이어 찾아간 카타콤(지하무덤)의 유골과 그들이 남긴 흔적을 통해서 볼 수 있었습니다. 제국은 무너졌지만 하나님 나라는 결코 무너지지 않았음을 순례를 통해 깨닫습니다.

곽성환 목사 (바울사역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