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출처:Shutterstock/취르기에(구 터키)터키 카파도키아

이스탄불을 방문한 관광객들이 그 다음으로 많이 가는 곳은 열기구(Hot Air Balloon)로 유명한 카파토키아(Cappadocia)입니다. 한글 성경에는 갑바도기아라 표기되었는데 사도행전과 베드로전서에 두번 나옵니다.

갑바도기아는 “아름다운 말들의 땅”이라는 페르시아어에서 유래되었다고 하는데 기묘한 지형이 장관을 이루는 곳입니다. 기본 토양인 사암위에 주변의 화산들이 폭발하면서 용암과 화산재가 덮쳤는데 수천년의 세월을 거치면서 비와 바람의 침식작용으로 초현실적인 돌기둥과 계곡이 형성되었다고 합니다.

세월과 자연의 힘에 의한 지형과 구조물의 변화는 세계 어떤 예술가의 작품보다도 독특하고 조화로우며 완벽합니다. 크고 작은 동굴이 있는 버섯모양의 기암괴석들의 즐비하게 서 있고 요정굴뚝(Fairy Chimneys), 상상의 계곡(Imagination Valley), 비둘기계곡(Pigeon Valley), 연인들의 계곡(Love Valley) 등 동화적인 이름들이 특징들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영화 스타워즈와 스머프의 배경이 된 곳이라는 설명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집니다.

갑바도기아 지역을 방문하는 순례객들이 꼭 들르는 두개의 지역이 있는데 하나는 괴레메(Goreme)지역에 있는 야외 박물관이고 다른 하나는 데린구유(Derinkuyu) 지하도시입니다. 괴레메지역의 깊은 계곡과 화산암에 파놓은 수많은 암굴들은 초기 기독교시대에는 신자들이 숨어살던 은신처로, AD 313년 기독교가 로마제국에서 공인된 후인 비잔틴시대( 7~12세기)에는 수많은 수도사들이 수도생활을 하기 위한 장소로 사용되었습니다.

그래서였을까요? 갑바도기아는 4세기부터 수도원 운동의 중심이 되었는데 괴뢰메 야외박물관은 그때의 수도원과 교회들이 있었던 곳을 보존하여 일반에게 공개한 곳입니다.

성소피아 성당이 당대 최고의 권력자와 설계자와 건축공들에 의해 만들어진 인공미와 웅장함의 극치라고 한다면 괴뢰메지역의 암굴교회는 자연의 신비한 섭리와 풍화작용 등에 의해 만들어진 경관미와 거룩함의 극치라고 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척박한 광야와 사막은 시설이 잘 갖추어진 도심속의 교회가 할 수 없는 탁월한 영성가와 신학자들을 배출해냈습니다. 특히 갑바도기아의 3대 교부라고 불리는 이들이 있었는데(신학자인 카이세리아의 바실리우스, 그의 동생이자 신비적 명상가였던 닛사의 그레고리, 그리고 시인이자 웅변가였던 나지안주스의 그레고리 등 3명) 이들은 초기 기독교 교리가 확립되는 과정에서 삼위일체교리가 완성되는데 크게 기여합니다.

당시 이곳에서 예배하는 사람들의 영성은 어떠했을까요? 사람들은 자신들의 신앙과 성경묵상의 내용들을 프레스코기법의 벽화로 나타내었습니다. 프레스코 벽화(Fresco painting)는 벽에 먼저 석회를 도포하고 그것이 마르기 전에 그 위에 물감을 칠하여 그림을 완성하는 기법입니다. 대표적인 것으로 미켈란젤로의 시스티나 성당 천장화가 있습니다.

벽화의 주요 내용은 예수그리스도의 탄생, 사역과 죽으심 그리고 부활 이 세가지입니다. 어떤 성화는 오스만제국시대 이교도의 침탈에 의해 재로 그을려지거나 파내어지기도 했지만 어떤 성화는 마치 최근에 그려진 것처럼 선명하게 남아있기도 합니다. 벽화를 응시하다보면 그들의 간절한 소망이 무엇인지를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당시의 신자들이 21세기의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도 들을 수 있습니다. “당신들도 우리처럼 예수님을 사랑하고 있습니까? 당신이 만난 예수님은 어떤 얼굴을 하고 계신가요?”

우리의 발걸음을 인도한 또 다른 곳은 지하도시로 유명한 데린구유입니다. 괴레메 지역에서 약 20분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1963년 한 농부가 도망간 닭을 쫒다가 발견했다고 하는 이 지하동굴은 갑바도기아의 독특한 지질과 지형이 만든 또 다른 경이로움입니다. 지하 85미터까지 이르는 이 공간은 기원전 8세기경부터 만들어지기 시작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현재 지하 7층까지만 개방된지하도시는 많게는 2만명까지 수용가능하다고 합니다. 진입로는 매우 좁아 허리와 다리를 구부리고 머리가 부딛히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내려가야 합니다. 방과 방은 통로로 연결되어 있는데 개미굴이라는 표현이 가장 적합한것 같습니다. 폐쇄공포증이 있는 사람은 결코 들어갈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곳에서 숨이나 제대로 쉴 수 있을까 싶었는데 조금더 내려가니 조금 넓은 지하공간이 나옵니다. 곡물창고, 학교, 식당, 심지어 감옥으로 사용된 곳이라 합니다. 그들의 일상은 매우 열악했을 것입니다.

“빛을 못보고 살면 건강은? 씻을 수 있었을까? 익히는 요리를 할 수 있었을까? 배기와 환기는? 오물과 오수의 처리는? 곰팡이나 세균감염은?” 기후가 온화하고 풍경과 날씨가 환상적인 카파도키아 땅에서 일부러 어두컴컴한 지하공간을 주거지로 삼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어쩔 수 없는 상황, 생명을 지키기 위한 마지막 수단으로 피신한 사람들이 있었을 뿐입니다.

그들이 바로 무슬림 아랍인들의 공격을 피해, 티무르제국의 박해를 피해 그리고 오스만제국의 박해를 피해 숨어들어간 기독교인들이었습니다. 지하 4층쯤 내려갔을까요? 십자가 형태의 비교적 넓은 공간이 나옵니다. 안내자는 그곳이 예배처소였다고 말합니다.
다른 곳에는 세례터도 있었습니다. 숨이 멎을것 같은 먹먹함. 그들이 지상으로 올라오지 못했던 그리고 않았던 이유는 단 하나였습니다. 그리스도인으로 살기 위해서 그리고 그리스도인들과 함께 살기위해서였습니다. 우리는 그와 같은 영성을 그리스의 메테오라에서, 로마의 카타콤베에서 다시 경험했습니다.

여기서 그들은 어떤 마음으로 예배했을까요? 성경구절이 떠올랐습니다. “또 어떤 이들은 조롱과 채찍질뿐 아니라 결박과 옥에 갇히는 시련도 받았으며 돌로 치는 것과 톱으로 켜는 것과 시험과 칼로 죽임을 당하고 양과 염소의 가죽을 입고 유리하여 궁핍과 환난과 학대를 받았으니 (이런 사람은 세상이 감당하지 못하느니라) 그들이 광야와 산과 동굴과 토굴에 유리하였느니라”(히11:36-38) . 한없이 작아지는 나 자신을 발견합니다.
그리고 질문해봅니다. “대체 믿음이란 무엇인가?” “세상이 감당치 못하는 믿음의 사람이 된다는 것은?”
곽성환 목사(바울사역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