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정치가이자 수필가인 리차드 람(Richard Ramm) 은 ‘나이가 드는 몸은 재정적 블랙홀이다. 엄청난 양의 돈을 그 속으로 빨아들인다’ 라는 말을 남겼다. 필자 또한 요즘처럼 아침 기상이 힘들고 저녁 숙면 또한 점점 만만치 않음을 느끼며 한병씩 늘어만 가는 식탁위의 건강보조제를 보고 있노라면 ‘나이가 들어가는 내몸’ 이 말하는 소리가 들리곤 한다. 이제는 예전의 ‘내’가 아니란다. 문제는, 나는 늙어(Aging)가고 있는데 내 마음이 늙지를 않아(Being) 발란스가 깨어지는 듯하여 씁쓸한 마음을 뒤로 한채 하루를 시작해 본다.
경제가 발전하고 보건,의료가 발달하면서 수명이 길어졌다. 이렇듯 고령화가 급격히 진행되면서 치매 등 노인성 질환으로 스스로 일상생활 유지가 어려운 어르신들이 주변에 많아지고 있다. 노인성 질환은 한번 발생하면 회복이 어렵고 오랜 기간 간병이 필요하다는 특징이 있다. 특히 치매는 대표적 노인성질환으로 환자 본인뿐 아니라 가족 구성원의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린다는 점에서 앞으로 사회문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
롱텀케어 수요가 증가하는 것은 비단 고령화 뿐만 아니라 가족 구조의 변화와도 관계가 깊다. 과거 대가족제도 아래서는 가족의 부양기능이 작동하면서 몸이 불편한 어르신의 간병과 요양은 가족 구성원이 골고루 책임져 왔다. 하지만 핵가족과 맞벌이 등 인구, 사회환경이 변화하면서 어르신들의 간병 문제는 중요한 노후 리스크로 부각되고 있다. 이제 사회 고령화의 문제를 개인이나 가족만의 책임으로만 돌리기는 힘들다. 이전에는 가족이 부담할 일이라고만 생각했지만, 이제는 사회적, 국가적 책임이 강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롱텀케어문제는 베이비부머 세대가 은퇴계획에서 반드시 짚어봐야 할 항목이다. 몇주째 이 칼럼에서 다루고 있는 이슈이나, 여러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문제일 것이다. 은퇴를 시작하면서 심각하게 영향을 미치게 될 문제가 있다면 바로 이 롱텀케어인 것이다. 롱텀케어는 질병, 사고로 생활의 기본적인 6가지 활동(밥 먹기, 옷 입기, 목욕하기, 화장실 가기, 용변 보기, 움직이기) 중에 두 가지 이상을 혼자서 못하게 될 경우, 도움을 받아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 같은 롱텀케어수요 증가 추세에 따라 현재 시중엔 다양한 재정 상품도 출시돼 있다. 롱텀 케어보험의 필요성이 강조되는 이유는 65세 이후에 약 70 %의 미국인이 요양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고, 이것이 없을 경우에 감당해야 하는 높은 비용 부담 때문이다. 즉 확률과 비용의 문제라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상당수의 베이버부머 세대가 롱텀케어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지만 실제로 롱텀케어보험에 가입한 경우는 1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대부분이 롱텀케어를 ‘강 건너 불’ 보듯이 간과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듯 가입률이 저조한 이유는 본인에게는 이러한 간병서비스가 필요하지 않을 것이라고 여기고 있기도하고 또는 롱텀케어가 일반 건강보험이나 메디케어 등으로 해결될 수 있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기 떄문이리라.
일반 건강보험으로는 제한적인 치료와 재활에 관한 혜택만 일부 제공하고 있으며 메디케어를 통한 간병인 서비스는 건강상태에 따른 기간 등이 한정돼 있어 원하는 수준의 서비스를 유지할 수 없다. 다시 말하자면 롱텀케어는 말 그대로 오랜 시간의 간병이 필요한 질환이므로 제한적인 지원으로는 유지가 불가능 한것이다.
물론 경제적인 능력이 전혀 없는 노인들의 롱텀케어 비용은 극빈자 정부 보험인 메디케이드로 커버되고 있지만 대다수 중산층 가정은 메디케이드를 신청하기엔 상대적으로 ‘부자(Rich)’인 상황이고 널싱홈(양로원)을 포함한 홈케어 비용을 자비로 충당하기에는 상대적으로 ‘가난한(Poor)’ 상황인 것이다.
이제까지 열심히, 잘 살아온(Well Being) 우리 한인 1세들이 은퇴 기간 내내 지속적인 인격체로 삶의 질(Quality of Life)을 누리며 생활할 수 있도록 롱텀케어 문제를 고려 해 보는 것도 잘 늙어가는( Well Aging) 방법이지 않을까하고 생각 해 본다.
서희경 재정전문 ㅣ 문의: 425-638-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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