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남은 시간을 어떻게 보낼까?

여가 선용에 유익이 되는 일거리가 없을까?

1939년생인 나는 11월 17일이 내 생일이다.

이웃 친구인 할머니가 죽기전에 ‘갬블링 장’에 가 보고 싶다고 한다.

토요일 오전 9시면 후레드 마이어 앞에는 링컨 시티의 ‘카지노’가 운행하는 최신형 버스가 손님을 태우러 온다.

링컨 시티 ‘카지노’는 태평양 바다를 앞에 두고 너무도 웅장하게 새 건물이 들어 서있다.

이곳에 오면, 고향 바다를 추억할 수 있어서 가끔 방문을 하게 되는데, 버스에서 내리자 마자, 구십 된 할머니가 쏜 살같이 게임머신에 자리를 잡았다. 뜨거운 티 한잔을 가져다 주고 뒷문으로 바다에 나왔다.

11월의 파도 소리는 겨울 바다라 소리가 더 웅장하게 들린다. 파도가 높고 때로는 낮게 급하게 밀려왔다 밀려가고 있었다. 그곳에서는 웅장한 오케스트라가 되어 퍼지는 파도소리, 내 손은 그 소리에 지휘를 타고 있었다.

흰 거품 쏱아 놓고 겸손히 겸손히 물러나는 파도의 포말들 모래사장은 가만히 엎드려 있다.

억겁을 두고 태양은 떠오르고 모래는 반짝 반짝 금빛으로 물들었다.  갈매기 들은 원을 그리며 바위를 중심으로 돌고 있다.

한폭의 그림처럼 장관이 펼쳐지는 이 태평양 바다 공기에 내 폐는 깊은 숨을 몰아쉰다.

사람들은 이 자연보다도 갬블링 머신을 너무 좋아한다. 개를 데리고 온 사람들만이 바다를 걷고, 어린애들과 연 날리기도 하고, 공치기도 하고, 노는 방법이 다양하기도 하다.

나또한 방안에만 머물러 있던 노인인데 갑자기 찾아온 생일의 자연 선물을 값없이 한껏 받은 오늘이다.

물거품이 스스로 사라지듯 그렇게 사그러질 병든 친구는 소원인 갬블링 하는것을 즐기고, 나는 자연과 바다가 좋아서 이렇게 서서 저녁노을을 한껏 즐겼다.

갈매기와 오고가는 작은 배들, 물개가 저 너머 검은 등을 보이며, 듬벙듬벙 혜엄쳐 가는 그림을 사진작가가 찍고 있다.

큰 파도, 작은 파도는 계속 속삭이며 바다와 이야기 하듯 물이 물을 껴안고 구르는 모습은 너무도 신기하고 다정하기까지 하다.

파도를 보고 있으려니 여고생일때 감수성 많은 우리들에게 영성훈련을 시키시느라 잠언서 이야기며 요나 이야기를 계속 들려 주셨던 은사님이 생각난다.

빈손 놓고 떠나가야 하는 내인생… 은사님은 나의 오늘을 이야기 해 주신 것 같아  오늘 더욱 그립다.

인간 욕심에 움켜쥐고 싶은 사람들은 무엇이라도 붙잡고 싶은지, 갬블장에서 ‘잭팟’을 기다리며 가진것 다 쏱아 부으면서 돌아갈 때는 머리가 아프다고 한다. 다들 빚에 빚인데, 오늘도 ‘블랙잭’하는 남자들 틈에서 노름을 하고 있다. 이왕 빚진것 더지자! 어차피 인생은 빚덩이다! 하는 배짱 아닌 배짱으로 어리석음에 빠지곤 한다.

밤바다의 울음소리. 밤을 꼬박 밝힌 갬블장의 24시간. 11월의 밤바다는 칠흙같이 캄캄한데 건물안은 불야성이다.

네 몸이 곧 흙이 될 것인데, 하고 싶은것 맘껏 하고 가겠다는 어리석음들…

천상의 천사들의 음성을 놓치면 안돼요!

오늘뿐이에요. 우리는 깨어 있어야 해요!

언제 우리가 눈을 감을지…. “오직 그가 아시나니 그가 나를 단련하신 후에는 내가 정금같이 나오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