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관택, 산사모 회장-

며칠동안 햇님이 반짝이더니 하루 전 부터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트레일헤드에 도착해 보니 파킹낫은 흠뻑 젖여 있었지요

바쁜 가운데 10명이 참가하여 등산 기어를 챙기고 있는데

어디선가 모기떼가 날아와 극성을 부리고 있었어요

장도에 올라 다리를 건너며 단체로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정겨운 새소리를 들으며 호기심 가득 안고 산행을 시작합니다

한 2마일 여를 올라 첫번째 View Point에 도착해 보니 주위는 온통 안개가 자욱했어요

그래서 가까이 보여야 할 마운트 후드와 산악지대 조망을 볼수 없었지요

대신에 한송이 야생 철쭉꽃을 바라보며 아쉬움을 달래 보았습니다

이제 산을 높이 오르니 서서히 찬기운이 돌았습니다.

그래서 아까 벗었던 옷들을 다시 끼워 입었지요.

그리고 완만하고 푹신한 경사길을 서두르지 않고 계속 올랐답니다.

그런데 안개낀 산야에 이슬비가 소리없이 내리고 있었어요

한편으론 자욱한 안개는 우리를 꼭 미지의 세계로 인도하고 있는것 같았습니다.

정상에 도달했을 때도 안개 때문에 멀리 볼수가 없었습니다.

아쉽다! 어디로 갔노?

마운트 후드야! 그리고 헬렌 산아!

모습을 조그만 보여다오.

이제 두 산을 볼수없는 Boulder Ridge는 그저 평범해지고 맙니다.

아쉬워라! 모두들 힘들게 올라왔는데…

일단 밥을 먹으며 다른 볼 거리를 찾아 봅니다.

정상 언저리의 은은한 안개를 받으며 즐겼던 식사

그때 지나가는 소나기는 밥을 먹고 있는 우리의 마음을 다급하게 만들었습니다.

산을 내려갈때는 비교적 여유가 있었습니다.

다시 안개낀 오솔길을 걸으며 지금 나는 잘하고 있는가?

이처럼 산행은 때로는 사람들로 하여금 사색케 만들었어요.

저는 오늘 이런저런 생각을 떠올리며 산을 누볐답니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웃고 떠들며 산행을 나름대로 즐기고 있었지만

혹시 제가 자만하여 산우님들을 실망케 하지는 않았는지…

그때 중간중간 들었던 새소리는 언제 들어도 질리지 않았습니다.

또 자욱히 드리워진 안개는 다시한번 우리에게 로맨틱한 기분을 선사했어요

가끔 보울더 리지에 불었던 스치는 바람에 젖은 옷을 마르게 만들었고

완만한 경사를 이루며 큰 피로를 모르게 했던 정다운 오솔길

등산로를 따라서 보았던 아직 덜핀 야생 철쭉꽃들

산행중 피어났던 정다운 이야기와 호탕한 웃음을 들을땐 제 마음도 흐뭇했습니다.

눈을 즐겁게 해준 길 양옆의 더글러스 퍼 츄리의 파아란 이파리들

이따금 허무하게 생을 마감하고 길가에 쭉 나자빠진 고목이 있었는데

그 뿌리들은 동그란 우산을 펼쳐진 모양으로 땅위에 뒹굴고 있었고

다시 소나기가 한바탕 내린다면 비를 피해 그곳에 살짝 머물고 싶은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러면 황순원님의 소설 같이 우리는 미국판 소나기가 된다?

이처럼 산천초목들은 상상을 하게 만들며 제각기 우릴 반겨주었습니다

아~ 이 모든 아름다운 것들을 주신 대 자연에게 감사드리자

그리고 무엇보다도 저를 이해해주는 산우님들이 있어 무지 기쁩니다

아직까지 저에겐 산우님들을 리드할수 있는 에너지가 있어 참 다행이라 생각하고

산우님들은 저를 믿고 따라 주시며 산사모를 많이많이 사랑하고 있으니

새로운 취미를 찾은 산우님들과 한배를 탄 저는 모두가 행복한 꽃중년???

Boulder Ridge를 다녀와서…

Boulder Ridg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