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레곤의 봄은 변화무쌍하고도 아름답다.  나는 녹음이 짙어가는 오레곤의 봄이 너무도 사랑스럽다.

오월이 오면 여기저기 아름다운 꽃들이 피어나기 시작한다.  저마다 다른 색갈을 뽐내는 꿀향기 그윽한 장미꽃, 연분홍, 자색 화려하게 펼치는 아젤리아, 수줍은 듯 기품있게 한송이씩 피어나는 작약 그리고 향기와 색채가 고고한 라벤더…  수도 없이 많은 종류의 아름다운 꽃들이 줄을 이어 피어나는 오월은 나에게는 축복의 계절임에 틀림없다.  내 사주에서 목(木)은 몸과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히고 정화시켜 주는 좋은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 세상은 참으로 오묘하고 알 수 없는 신비로운 세계이다.  인생도 그렇다.

카리스마 넘치는 리더 스타일로 태어난 사람, 남들처럼 그냥 평범하게 살아가는 사람, 재주가 없어도 열심히 노력하며 살아가는 사람, 노력을 해도 안되는 사람, 열심히 일 했는데도 결과는 남 좋은 일만 한 사람, 사업이 잘 되어서 확장을 했는데 망해가는 사람, 남들이 다 부러워하는 촉망받는 인재로 승승장구 했는데 정작 결정적인 열매를 맺지 못하고 도태된 사람, 별로 특출할 게 없던 젊은이가 어느 날 유명인사가 된 사람, 잔머리를 이리저리 굴려 주위의 사람들을 잘 이용하며 먹고 살아가는 사람, 아예 그런 노력마저 하기도 싫은 사람..

인간이 각자 태어날 때 받은 한 줄의 바-코드, 사주팔자라는 것이 그렇다.

좋은 사주명운을 타고나서 잘 나가는 극소수를 제외하면, 인생의 우여곡절 속에서 때로는 사는 게 맘에 안들고 인생이 흘러가는 게 거지 같아도 자기 팔자이고 끝까지 안고 가야 할 내 운명이다.  더욱이 흉신이 강하게 버티고 있는 팔자를 타고 났거나 운로가 좋지 않아 고단한 인생을 피할 길이 없다면 현명해 져야 한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이 있지만, 즐긴다고?  역경에 처해서 비참한 사람에게  즐기라는 따위의 헛된 말장난은 필요 없다.  현명해지는 길은 역으로 자신의 역경을 이용하는 것이다.  어차피 괴로운 인생길이 앞에 가로 놓인 경우라면 스스로 힘든 길을 자진해서 선택하여 들어가는 것이다.  들어가되 끝에 보이는 것이 있는 길을 택한다.

예컨대, 어려운 고비가 눈앞에 버티고 있어 기피하고 싶더라도 그 과정을 거치고 나면 희망이 있는 쪽을, 힘들지만 해 나가는 보람도 큰 분야를, 들어가고 싶지 않고 어려운 길을 자진해서 들어가는 것이다.  역경에 자신을 내던지고 고생을 감내하는 것이다.  흉신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것을 액땜이라고도 말 할 수 있다.

그리하여  자신의 인생, 사주팔자를 기꺼이 받아들이는 대신, 결과가 있는 쪽으로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 가는 것이 좋지 않은 명운(命運)을, 역경을 이용하는 것이다.

억지로 끌려다니며 당하고, 고생을 겪은 다음에도 별 볼일 없이 살아가는 인생보다는 훨 나을 것이다.

불교의 근본사상이며 붓다 정각의 핵심인 ‘연기(緣起)의 법칙’은 사주학적으로 명(命)과 운(運), 因緣의 관계로 볼 수 있다.

我有渠有 我無渠無

이것 있음에 말미암아 저것이 있고  이것 생김에 말미암아 저것이 생긴다.

이것 없음에 말미암아 저것이 없고  이것 멸함에 말미암아 저것이 멸한다.

여기서 <이것>이란 조건을 말하고 <저것>이란 존재를 가리킨다

동양철학의 음양론에서 음생양사 양생음사는 역(易)의 유전과 변화를 말한다.

명(命)과 운(運), 因緣의 관계에서  命과 因은 원인이요, 運과 緣은 조건이다.

命式元局은 하나의 소재(원인)이며 그 잠재성이 “현실에서 어떻게 드러나고 변화하는지는 運의 문제이다.

명(命)과 운(運)에서 일어나는 문제를 풀어가는 길, 그 길을 예측하고 살피는 것이 사주학이다.

水鏡 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