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옛날부터 맥을 짚어 진단과 치료를 해 오던 한의사들이 혈압이란 것을 알고 있었을까? 물론이다. 이천 년 전 한의서에 심장은 피를 온 몸에 돌려 체온을 유지시킨다고 하였다(心主血 環周不休 火遊行於其間). 요즘도 한의사들 중에는 혈압계를 사용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혈압계가 혈압 한 가지를 본다면 진맥을 해서 알 수 있는 것은 수십 가지쯤 되기 때문이다.

혈압은 심장이 피를 짜낼 때와 다시 빨아들일 때 얼마나 힘이 드는가를 측정하는 것이다. 고혈압이란 심장이 피를 돌리는 것이 힘들어 애가 쓰인다는 말이다. 그 원인은 심장 자체가 약해서 힘들어하는 경우도 있고, 심장은 잘 주는데 조직이 받아주지 않아 심장이 부담스러워지는 경우도 있다.

그 조직이란 것도 폐일 수도 있고 췌장이나 위장일 수도 있고 간이나 신장이나 자궁일 수도 있고 팔다리일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런 전체 상황을 진맥은 그 자리에서 간단히 알아차릴 수 있고 이러한 맥의 불균형을 바로잡아 주는 것이 혈압뿐 아니라 몸 전체 건강을 되돌려 놓는 근본 방법일 것이다.

이제 그 원인을  파고 들어가 보자. 흔히 「심장 상한다.」는 말을 많이 하듯 심장을 약하게 만드는 데는 우리 감정의 영향이 절대적이다. 심장은 혈액순환 뿐 아니라 모든 감정의 변화를 직접 느끼고 자제하기 때문에 몸에서 임금님의 역할과 같다고 한 것이다(心者 君主之官).

좋은 일엔 마음이 설레고 나쁜 일엔 가슴이 답답하며, 불안할 땐 가슴이 두근거리고 억울할 땐 가슴이 터질 것 같으며, 슬플 땐 가슴이 메어지고 찢어질듯 아프다가 두려울 땐 가슴이 섬뜩해지는 것이 모두 이것이다.

그러므로 성격상 다혈질로서 흥분을 잘하고 나서기를 좋아하며 고집을 잘 꺾지 않는 사람은 심장 활동을 지나치게 시켜 혈압이 오르기 쉬운 반면 소심하고 소극적이거나 겁이 많고 잘 놀라는 사람, 여러 원인으로 체력이 떨어진 사람은 심장 활동도 약해져 저혈압이 되기 쉽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체력이 떨어진 사람 중에도 고혈압이 있다. 몸은 며칠이고 드러누워도 시원찮을 사람이 마음은 오만 가지 복잡한 생각 속에서 애를 쓰고 있다면 역시 혈압이 올라간다. 이때는 폐맥(기운 보는 맥)과 심장맥은 약해져 있는데 이상하게 아래쪽 간맥은 불뚝거리는 걸로 알 수 있다.

그러므로 다혈질은 기운을 내려 주는 치료를 하고, 허약자는 원기를 도우며 허약하면서도 혈압이 있는 사람은 원기를 도우면서 신경 울증을 풀어 주는 치료를 하여 맥의 균형을 바로잡으면 된다.

건 보 당 한 의 원 원장    천 성 진L,Ac D.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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