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마을에 부자 노인이 살았는데, 외동아들이 관절염에 걸려 무릎과 허리가 쑤시고 아파 움직일 수가 없었습니다. 아들은 몇 년째 꼼짝도 못하고 자리에 누워 앓기만 했습니다 .

“아이고 허리야, 아이고 무릎이야!”

“노인도 아닌 젊은 아이가…., 쯧쯧.”

부자 노인은 용하다는 의원은 다 불러 진맥해 보고 , 찾아가 약을 쓰고 침까지 맞혀 보았지만 그 때뿐이지 효험은 별로 없었습니다. “잘못하다간 그대로 죽이겠구나!”

부자 노인은 걱정하며 안쓰러워하였습니다. 어느 날, 남산에서 20여리 나 떨어진 곳에 약초를 재배하면서 환자에게 약을 지어 주는 의원이 살고 있다는 소문이 돌았습니다. 부자 노인은 그를 찾아가 애걸했습니다.

“하나 있는 아들이 꼼짝도 못 하고 누워 있는데 제발 일어나 걸어 다닐 수 있게 해주십시오. 다들의 병만 고쳐 주신다면 내 재산의 절반을 드리겠습니다.”

“걱정 마십시오. 약을 몇 달 먹으면 나을 것입니다.” 의원은 그렇게 큰소리쳤습니다. 그런데 부자 노인은 약을 지으러 매일 이십 리 글을 걸어 다니기가 무척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부자 노인은 머슴을 시켜 이틀에 한 번 씩 의원의 집에 가서 약을 지어 오게 했습니다.

외아들은 의원의 말대로 몇 달 약을 먹었습니다. 그러나 아픔만 덜할 뿐 큰 효험은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안 먹으면 아파서 견딜 수 없으니 약을 뗄 수도 없고, 계속 더 먹어 보는 수밖에…….” 어느덧 겨울이 왔습니다.

그 지방은 눈이 한 번 내리면 며칠 동안 계속 내려 사람들이 거의 다닐 수도 없을 정도로 많이 내렸습니다. 그러나 머슴은 주인이 시키는 일이라 한 길 넘게 푹푹 빠지는 눈길을 걸어서 다녀와야 했습니다. 머슴은 왕복 사십 리 눈길을 헤매다 오면 완전 곤죽이 되어 힘도 없고 팔다리를 잘 움직일 수도 없었습니다.

어느 날이었습니다. 그 날은 다른 날보다 더 추웠습니다. 하지만 머슴은 춥다고 안 갈 수도 없는 일이라 천근같이 무거운 발걸음을 끌고 의원의 집으로 갔습니다. 마을 동구 밖까지 갔을 때였습니다. 그렇잖아도 추워서 떨고 있는데 갑자기 살을 에는 눈바람이 세차게 불어 얼어 죽을 지경이었습니다. 머슴은 잠시 바람을 피할 곳을 찾았습니다.

마침 커다란 뽕나무 한 그루를 발견하고 그 쪽으로 갔습니다. 그 뽕나무는 얼마나 오래 되었는지 둥치가 한 아름도 더 되고 커다란 구멍까지 뚫려 있었습니다.

“잘 됐군. 이 안에 들어가 바람을 피했다 가야지.” 머슴은 그 구멍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러니까 조금 살 것 같았습니다. 밖에는 여전히 눈바람이 세차게 불었습니다. 머슴은 웅크리고 앉아 무심코 손에 잡히는 작은 나뭇가지를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그것은 분명 뽕나무 가지는 아니고 뽕나무에 붙어사는 식물의 가지 같았습니다.

“아니, 이거……. 우리 도련님의 약과 비슷하잖아? 그렇다면…….” 머슴은 순간 엉뚱한 생각을 했습니다.

“그래, 내가 밖에서 얼어 죽으면 노인이 울어 주겠나? 어림없지! 내 몸 내가 생각해야지. 이 나뭇가지 생김새가 약초와 비슷하니 주인도 잘 모를 거야! 하기야 좋다는 약 다 써보아도 아무런 효험도 없는데 아무거나 갖다 주면 어때?”

머슴은 가지 몇 개를 꺾어 가까운 친구 집으로 달려갔습니다. 그리고 나뭇가지를 약초 썰 듯 잘게 썰어 종이에 보기 좋게 쌌습니다.

“야, 진짜 같은데! 그래 제 아무리 귀신같은 노인이라도 속아 넘어갈 거야!”

머슴은 친구 집에서 뒹굴며 놀다가 해가 질 무렵 가짜 약봉지를 들고 주인집으로 돌아갔습니다.

노인은 그런 것도 모르고 머슴이 뽕나무에서 잘라온 가짜 약초를 약이라고 정성껏 달여 아들에게 주었습니다. 머슴은 가짜 약초임이 드러날까 봐 마음이 조마조마했지만 주인이 조금도 의심하지 않고 자기를 대하자 마음을 놓았습니다.

“그럼 그렇지!”

그 다음부터 머슴은 번번이 친구 집에서 놀다가 그 나뭇가지를 썰어 약이라고 갖다 주었습니다. 그럭저럭 겨울이 가고 따뜻한 봄이 왔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부자 노인의 외동아들은 하루가 다르게 병세가 좋아졌고, 얼마 안 가 보통 사람들처럼 일어나 걸어 다녔습니다. 부자 노인의 외동아들이 병이 다 나아서 걸어 다닌다는 말이 의원의 귀에까지 들어갔습니다.

“정말 이상한 일이야. 몇 달 동안 약을 지어 가지도 않았는데 도대체 어느 의원의 무슨 약을 먹고 나았지?”

의원은 궁금해서 견딜 수 없어 부자 노인을 찾아 갔습니다. 의원이 막 부잣집 대문을 들어서려는데 마침 안에서 나오던 머슴과 마주쳤습니다. 도둑이 재발 저린 다고 머슴은 깜짝 놀랐습니다. “이제 모든 것이 밝혀지겠구나. 그렇게 되면 나는 맞아 죽겠지…….”

머슴은 지레 겁먹고 급히 의원의 소맷자락을 끌고 대문 밖으로 나갔습니다.

“제발 저의 주인마님을 만나지 말아주십시오! 제가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의원은 얼른 눈치 채고 물었습니다.

“나는 네가 주인마님을 속였다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러니 내가 묻는 말에 사실대로 말해라.”

“예, 주인마님께 말씀드리지 않는다면…….”

“그래, 도련님께 무엇을 갖다 드렸느냐?”

“그건 다름이 아니고 보잘것없는 나뭇가지였습니다.”

“보잘것없는 나뭇가지라고? 그게 도대체 어떤 것이냐?”

“늙은 뽕나무에 붙어 있었습니다.”

“그래? 어디 함께 가 보자!” 머슴은 의원을 데리고 동구 밖으로 갔습니다. 의원이 가까이 가서 보니 처음 보는 것이 있었습니다.

“바로 이거냐?”

“예. 그렇습니다.”

자세히 보니 회화나무와 비슷한 잎을 가진 이상한 나무가 뽕나무에 붙어 자라고 있었습니다. 의원은 그 나뭇가지를 한 줌 꺾어 가서 관절염 환자에게 먹여 보았습니다.

과연 약효가 뛰어나 환자는 잘 나았습니다. 그 뒤로 사람들은 그것을 뽕나무(뽕나무 상)에 기생(붙어있을 기)하는 나무라고 상기생 또는 상상기생이라 불렀습니다. 예로부터 이 상기생의 줄기와 잎을 음력 삼월 삼짇날에 따서 그늘진 곳에 말렸다가 부인병, 요통, 동태(태아가 놀라 움직여 산모의 배와 허리가 아프면서 낙태될 우려가 있는 병), 하혈 등을 다스리는 약으로 써 왔습니다.

방약합편에서는 ‘상기생의 성미는 단맛과 쓴맛이 함께 있으며 요통과 각종 마비증상을 다스리며, 근육을 잇고 뼈를 튼튼히 하며, 풍습(관절염)치료에 좋으며, 독이 없다’ 고 말한다. 최근에는 항암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많이 사용되고 있다. 상기생의 열매는 눈을 이롭게 하는 작용이 있다. 그리고 간장, 신장을 보호해 주고 류머티즘, 관절통, 고혈압 치료약으로 널리 사용하고 있습니다.

건 보 당 한 의 원 원장     천 성 진L,Ac

한국 외치제형학회 회원

Tel 503-255-2575